

소제목: 멈춤의 용기
날짜: 2026년 10월 7일 수요일 밤에
어제는 참 바쁜 하루였다. 새로 계획한 일과 예정된 기존의 일을 처리하느라 밤늦게서야 겨우 멈출 수 있었고, 내 손에 남은 것은 피로감뿐이었다. 하루를 돌아보며 내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도 없이,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늦게 끝난 일 때문에 밤늦게 아내의 잠을 깨웠고, 나도 늦게 잠들었다. 그 대가는 오늘 아침 고스란히 돌아왔다. 계획한 일에는 손도 대지 못한 채, 멍한 머리로 가게에 나왔다.
하지만 오늘은 달라지고 싶었다.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는 나를 자책하며 일을 붙잡는 대신, 하던 일을 그냥 멈추었다.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다. 여전히 머리는 무겁지만, 이 멈춤은 나를 지키기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그런데 나는 왜 멈추지 못할까. 일에 중독된 것은 아니다. 다만 마음 한쪽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지금 멈추면 내일 아침에 이 흐름을 다시 잡기 어려울 텐데." "지금 해 두면 내일 편할 텐데." 이 '조금만 더'는 성실함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일을 내 손으로 미리 통제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내는 우선순위에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쉼과 가족, 그리고 마음을 돌보는 시간처럼 정말 소중한 것들이, 하루의 순서에서는 늘 맨 뒤로 밀려 있었다. 일이 남으면 쉼이 빠지고, 쉼이 빠지면 멈출 힘도 약해진다.
나는 밤늦게까지 일해야 내일이 안전하고 편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내일을 지켜 준 것은 밤늦은 수고가 아니었다. 잠은, 일을 못 끝낸 사람의 패배가 아니라, 내일을 위해 주어진 선물이다. 성경에도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라는 구절이 있다. 오늘 밤 일을 멈추고 잠자리에 드는 것은, 내일을 내 손에서 내려놓는 작은 믿음이다.
멈춤은 포기가 아니라 신뢰다. 내가 내려놓아야, 새 힘이 채워질 자리가 생긴다.
그래서 내일을 위해 작은 결단을 한다. 일을 멈출 시간을 미리 정하고, 그 시간이 되면 '조금만 더'를 내려놓겠다. 끝내지 못한 일은 메모에 적어 두고 내일에 맡기겠다. 그리고 아내의 잠을 지켜 줄 수 있는 시간에 잠자리에 들겠다.
오늘 멈춘 것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일의 속도보다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지혜를, 그리고 정말 소중한 것을 먼저 챙기는 우선순위를 다시 찾고 싶다. 이제 일을 내려놓고, 오늘 밤 주어진 잠을 감사히 받는다. 내일 일은 주님께 맡기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