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무리하며... 비움의 시작

 

2026년 10월 14일 수요일 밤에...

 

오늘부터 아내와 함께, 20년 가까이 운영해 온 커뮤니티 사이트의 콘텐츠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미국에 사는 우리가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가교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이트였다.

그동안 많은 시대적 변화로 처음 생각했던 방향으로 잘 운영되지 못하면서 점점 소홀해졌는데,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지금, 이제는 조금씩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모습으로 운영해 오던 유튜브 채널에도 오랫동안 쌓여 있던 영상들 가운데, 이제는 버리거나 고쳐야 할 것들을 찾아내 하나씩 덜어 내고 있다. 사실 고칠 것보다 버려야 할 것이 더 많다.

 

처음 시작할 때는 깊은 뜻과 열정이 있었고, 무엇보다 우리 부부가 지나온 시간과 기억이 담긴 흔적들이었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다시 마주한 그 기억들은, 시대가 바뀌면서 어느새 지금의 우리와는 맞지 않는 옛 옷처럼 되어 있었다. 하나를 지울 때마다 아쉬움이 스쳤지만, 그 시간들을 허락하신 것에 감사한 마음이 더 컸다.

 

문득, 우리가 떠난 뒤 이 흔적들을 마주하며 정리하느라 애쓸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가 살아 있고, 우리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이 삶의 흔적들을 잘 정리해 두고 싶다는 것이 우리 부부의 생각이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전도서 3장 6절)

 

그동안 열심히 찾고 소중히 지키는 삶을 살았다면,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지금은 지혜롭게 버리고 비워야 할 때임을 깨닫는다.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은 삶에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무게를 덜어 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데 훨씬 더 큰 용기와 힘이 들지만, 물건과 디지털 흔적이 사라진 빈자리에 아내와의 깊은 대화와 온전한 여유가 채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올해가 가기 전에, 아내와 약속한 대로 차고도 깨끗이 비울 계획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소중히 간직하며, 하나씩 잘 정리해 나갈 수 있기를...

 

조금씩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질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 하루도 기분 좋은 비움을 감사함으로 마무리한다.

 

비워진 그 자리에... 무엇이 채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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