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무리하며... | 둘이서 함께
2026년 10월 8일 목요일 밤에

아내의 처방 안약을 받으러 동네 약국에 다녀왔다. 접수를 마치고 대기석에 앉아 약을 기다리는데, 한 중년 여성과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오신 듯했다. 이것저것 살뜰히 부모님을 챙기는 중년 여성은 딸인 것 같았고, 연로하신 두 분은 딸의 손에 이끌려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고 계셨다.

노부부의 느린 걸음과 굽은 등을 바라보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오갔다. 지금은 내 발로 자유롭게 다니지만, 언젠가는 나에게도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 다른 사람의 노년이 이제는 남의 일 같지 않다.

저분들은 아마 낯선 미국 땅에 정착해 치열한 삶을 버텨 온 이민 1세대일 것이다. 말도 문화도 낯선 곳에서 힘든 세월을 견디며 자식들을 키워 내기까지, 그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자식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지친 몸만 남은 것 같아 마음이 아려 왔다.

저분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자식들을 잘 키워 냈다는 자부심일까, 남은 날이 많지 않다는 쓸쓸함일까.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일까, 아니면 아직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일까.

생각이 깊어질수록, 역설적이게도 감사가 차올랐다. 아직 내 힘으로 일하고, 쉬고, 걸을 수 있는 나의 '오늘'에 대해서. 지금 누리는 이 평범한 일상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약국에서 보고 느낀 것을 아내와 나누었다. 우리의 대화는 결국 한 문장으로 모였다.

"우리, 서로 아프지 말고 잘 살아갑시다."

인생의 마지막 길에서, 누가 먼저 가든 끝까지 곁을 지켜 주는 사람은 결국 부부다. 성경에도 이런 말씀이 있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거친 인생길을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함께 수고하며 걸어왔으니,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가장 좋은 상이자 선물인지도 모른다.

건강하게, 그리고 서로에게 감사하며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있기를. 남은 길 동안 서로의 연약함을 채워 주고, 넘어지면 일으켜 주는 따뜻한 동반자로 살아가기를 마음 깊이 바란다. 오늘도 곁에 있어 준 아내에게 고마워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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